밤 12시 공항에서 콜이 왔다. 이 시간에 왠 콜? 늦게 퇴근하는 공항 직원인가? 택시를 몰고 달려갔다. 택시 탑승장에 승객들이 택시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이 시간에 승객들이 공항에 있는걸 보니 비행기가 연착된 모양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한 남자가 항공사 여직원에게 호통을 치고있다. "비행기가 연착이 됐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게 뭡니까! 저한테 연락하라고 상관에게 전하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화가 난 남자의 가족이 택시에 탔다. 남자의 부인과 초등학생의 아들, 늙은 노모, 이렇게 4명의 가족이 택시에 탔다. “00콘도로 가주세요.” “네, 그런데 비행기가 많이 연착됐나 보죠.” “2시간이나 연착되서 우리 스케줄이 엉망이 됐어요. 자동차 렌트도 시간이 ..
공항에서 손님을 한 사람 태우고 목적지로 가는 중에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 사람은 제주에 살러 왔다고 한다. 카페를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로 펜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주민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카페, 펜션, 음식점 사업이다. 그리고 실패도 많이 한다. 그건 육지에서 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제주의 이주민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 이주민도 많다. 몇 년 후에 신공항이 생기면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제주는 급격한 변화 속에 있다. 새로운 건축물이 계속 건설되고 있고 구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많이 보인다. 우리집 앞에 있던 오래된 여인숙은 지금 주인이 바뀌고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 중이다. 그럼 앞으로는 집 앞 골목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고 가는 관광객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관광..
요즘엔 서양인을 자주 택시에 태운다. 전에는 대부분 중국인, 가끔은 일본인이었다. 오후에 호출이 왔다. 영어로 된 주소가 뜬다. 아마도 외국인, 또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일것이다.구시가지 좁은 골목길에서 손님을 태웠다. 혼혈의 젊은 여자다."안녕하세요!"한국말로 서로 인사했다.음, 한국어를 좀 하는군. 발음만 들어도 그 사람의 한국말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나의 영어 발음을 들으면 저 사람 영어 형편없군 하고. "곽지해수욕장 좋아요?""그럼요. 좋습니다. 제주의 바다는 어느 곳이든 아름답습니다."애월에 유명한 연애인이 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와서 긴 대화가 시작되었다.그녀는 영어 선생이고 한국에 온 지는 6개월이 되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왔다."필라델..
오전 11시,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돌아가려고 차를 몰아 가고 있었다.호출이 왔다. 함덕해수욕장 행이다. 호출을 수락하고 승객이 있는 장소로 갔다.해장국집 앞이다.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젊은 여자가 택시로 다가왔다. 차 트렁크에 캐리어를 힘겹게 넣고여자는 옆자리에 앉았다."안녕하세요."난 옆자리에 승객이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경쓰이고 부담스럽고 운전에 방해된다.그렇다고 앉지마라고 말할 수도 없고.여자의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다. 어떤 남자와 통화한다. 남자: 어디야?여자: 함덕으로 택시 타고 가는 중이야.남자: 함덕엔 왜 가는데?여자: 숙소를 함덕에 잡았으니까, 왜 그렇게 캐묻는데?남자: 왜 먼저 나갔어?여자: 깨워도 안일어 나니까.남자: 밥은 먹었어?여자: 해장국 먹었어.남자: 근데, 혼자..
장마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 제주에서 맞이하는 첫 장마비다. 작년 이맘때 나는 이곳에 있지 않았다.비오는 날 운전은 평소보다 어렵고 위험하고 더 피로하다. 시야가 잘 안보이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운전이 어렵다고 요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비나 눈이 오면 운전을 피하고 싶어진다. 비나 눈이 오면 특히나 택시 잡기 힘든 이유가 많은 기사들이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비오는 밤 늦은 시각, 사거리 코너에서 한 남자가 손을 들고 택시를 부른다. 옆자리에 탔다. 머리 희끗한 중년의 남자다. 술냄새가 난다.“XX초등학교 쪽으로 가주세요.”“네.”흰머리의 남자는 금세 잠이 들었다.얼마후 잠에서 깬 남자가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한다.“여기가 어디요?”“ㅇㅇ 사거리입니다.”“뭐라구요? 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