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다. 이 달의 근무일수를 다시 조정했다. 주당 근무 시간을 50시간 이하로 조정했다. 오히려 잘 됐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 조금 걱정이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날이어서 배낭에 책을 넣고 집에서 나왔다. 걸어서 거리를 가는데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도시의 가장 큰 소음은 자동차 소리다. 자동차 소리만 아니면 조용할텐데. 만약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지금보다는 조용한 거리가 될 것도 같다.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건널목에서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도 덜 생길 것이다. 도서관 가기 전에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었다. 비빔국수와 멸치국수와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김밥이 먼저 나와서 김밥을 먹는데 간이 좀 센 느낌이다. 깍두기와 김치가 반찬으로 나왔다. 빨간 것이 먹음직스럽다. 고..
그는 개구쟁이 아이였다. 천방지축 뛰어다니고 장난치는 말썽꾸러기 아이였다. 그는 어느날 집 근처에서 뛰어놀다가 뚝방 아래 개천으로 떨어졌다. 떨어질 때 잠시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울고 있고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눈으로 자꾸 들어왔다. 뚝방 위를 올려다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누군가 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온다. 아이의 아버지다.병원 수술대 위에 그는 누워있다. 두 팔을 간호사들이 잡고 있고 의사가 그의 이마를 실과 바늘로 꿰매고 있다. 아이는 고통 때문에 몸부림친다. 간호사들이 아이의 팔을 더 세게 붙잡는다. 수술실엔 아이의 고통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린다. 그 방은 아이에게 너무 크다고 느껴진다.아이는 육체적 고통이 무엇인지 실..
그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옛날식 집이다. 마당이 있고 툇마루가 보이고 그 안에 방이 있다. 방 안에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뭐라고 남자에게 말을 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남자가 세수대야를 마당으로 던진다. 세수대야가 마당에 나뒹굴고 아이의 앞에 멈춘다. 남자는 큰소리로 여자를 꾸짖는다. 여자는 울음을 터뜨린다. 마당에 앉아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도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슬프다.그가 기억하는 또다른 오랜 기억은 손을 다친 동생이다.그의 아버지는 집에 공장을 차렸다. 먹고 살려면 뭐든 해야 하는 시기였다. 국수기계를 설치해 놓고 국수를 뽑아서 건조대에 널어서 말린다. 말린 국수를 포장해서 자전거에 싣고 가게로 납품하러 다닌다. 국수가 기계에서 만들어져 ..
세상을 가지려고 애쓰지만, 내가 보기에 안되는 일이다. 세상은 신기한 것이라서 내 맘대로 할 수가 없다. 억지로 뭘 하려고 하면 결국 망치고, 가지려고 하면 잃는다. 모든 일은, 앞서 갈 때도 있고 뒤처질 때도 있다. 따뜻한 바람이 불 때도 있고 차가운 바람이 불 때도 있다. 강해질 때도 있고 약해질 때도 있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심하고 과도하고 지나친 것을 하지 않는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培或隳.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내가 생각보다 잘 걷는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729km를 걸으리라고는 예상 못했다. 아마 중도에 포기할 거야. 못 걸을 거야. 힘들거야. 미리 겁을 먹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히 매일 걸었다. 중도에 위기가 있긴 했다. 걷기 시작한지 7일 째 되는 날, 발에 물집이 여러 군데 생겼고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발을 땅바닥에 디딜 때마다 수십개의 바늘이 발바닥을 찌르는 듯 했다. 배낭을 집어던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지팡이가 거슬렸다. 걷는데 방해됐다. 그래서 지팡이를 버렸다. 그랬더니 걷기가 좀 나아졌다. 지금도 그 길에 지팡이가 남아있을까 궁금하다.산티아고에서 포르토까지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갔는데 3시간 걸은 것보다 더 피곤했다. 멀미가 나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