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미 고양이 미노가 안보이고 아들 민수가 매일 와서 밥을 달라고 보챈다. 그러다가 옆집 동생 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담장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이다. 약간 슬픈 얼굴이다. 꽃님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민수는 성깔이 있고 다급한 성격이다. 밥을 줄 때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며 쫓아다닌다. 지가 상전인줄 안다.길고양이지만 이젠 집고양이처럼 집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근처에 있는다. 그러다 며칠 밥을 주지 않으면 더이상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매정한 녀석들이다. 다시 불러오는 것은 쉽다. 밥을 내놓으면 어떻게 알고 다시 온다. 그들은 인간을 밥주는 기계로 본다. 감정도 없다. 나도 감정없이 대하기로 한다. 감정은 상처를 남긴다.우리집에 남는 고기가 있으니 주는거야. 이놈들 육식이라 고기만 먹는다...
지난 주말에 공원에 산책을 나갔는데 어느 학원 단체에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학부모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아이들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둘러보니 잘 그린 그림들이 눈에 뛴다. 아이들의 작품이지만 색깔이나 표현력, 상상력이 자유로웠다. 나도 학생 때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그림을 그릴 시간도 여유도 나지 않는다. 저런 표현력도 없는 것 같다. 집중력도 떨어진다. 요즘은 그저 글쓰기만 하고 있다.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나는 글쓰기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글쓰기든 그림이든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인다.그림으로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나는 이야기로 그림을 그린다.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문구점에 가면 노트와 볼펜을 꼭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구입했다.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라 우선 사놓고 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동구매이기도 하고 아니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필기구를 사는 것으로 그 욕구를 대신 충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노트는 언젠가 글씨로 가득 찰 것이라고 상상한다. 빈노트를 사는 것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을 사는 것이다. 색연필은 언젠가 흰 도화지에 점과 선으로 변하고 의미있는 색깔과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색깔은 감정을 자극한다. 색깔은 빛이다. 빛은 생명을 만든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창작이고 창작은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다. 오늘은 글이 꿈꾸듯이 써진다. 늘 그랬으면 좋..
남자다움을 알지만 여자다움을 유지하면 세상의 계곡이 된다.세상의 계곡이 되면 늘 덕이 떠나지 않고 아기로 돌아간다.흰 것을 알지만 검은 것을 유지하면 세상의 모범이 된다.세상의 모범이 되면 늘 덕이 어긋나지 않고 무극으로 돌아간다.영광을 알지만 오욕을 유지하면 세상의 계곡이 된다.세상의 계곡이 되면 항상 덕이 풍족하고 통나무로 돌아가게 된다.통나무를 잘라서 그릇을 만들고 성인은 그것을 사용해서 지도자가 된다.훌륭한 다스림은 자르지 않는다.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嬰兒.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忒, 復歸於無極.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해석하기 어려운 장이다. 다양한 상징이 나..
스페인 바르셀로네타 해변의 어느 건물. 겨울이어도 햇살이 따뜻했던 지중해 해변 도시, 바르셀로나.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샹그리아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고 책을 읽곤 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청사 구석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 안데르센은 하늘을 돌아다보고 있다.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눈은 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키에르케고르 동상, 우울한 모습의 고독한 철학자,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을 남긴 사람. 희망을 가진다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 앞에서 인생은 허망하고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은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삶은 긍정의 에너지로 상승한다. 재미있는 자화상, 나의 모습을 그렸는데, 정말 나를 닮았다. 못그린 그림같지만..
길고양이 미노, 우리집에 가끔 오는 길고양이인데 이름을 '미노'라고 부르기로 했다.한번은 먹이를 줬는데 먹지 않고 먹이를 지키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에 새끼로 보이는 녀석이 나타나서 먹이를 먹는 것을 봤다. 새끼는 겁이 많아서 우리가 가까이 가면 멀찌감치 달아난다. 이 녀석은 사람들에게 얻어먹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노는 우리가 가까이 가도 가만히 지켜본다. 신뢰가 쌓인 것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처음 이곳으로 이사 온 날, 미노는 우리를 보자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했었다. 그래서 매일 먹이를 문 앞에 두는 일을 한 지 얼마가 지나자 때가 되면 문 앞에 와서 먹이를 기다렸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주면 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