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죽음과 소녀, 1894소녀는 해골과 키스를 하고 있다. 피가 흐르고 유령같은 아이들이 보인다.제목은 알 수 없다. 남녀의 모습이 귀신처럼 무섭게 생겼다.뭉크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의 나이 다섯 살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죽었고, 열네 살 때 한 살 위의 누가가 같은 병으로 죽었다. 뭉크 자신도 선천적으로 병약했다고 한다."난 죽음의 기억을 그린다."뭉크는 세 번의 사랑을 했는데 모두 실연으로 끝났다.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인과는 말다툼 중에 여자가 쏜 총에 손가락을 다치는 사건을 겪는다. 그후 뭉크는 다시는 여자를 사귀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게 된다. 뭉크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여자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나에..
숙소에서 샌드위치를 아침밥으로 먹었다.여행하면서 가장 자주 먹게되는 음식이 샌드위치다. 저렴하면서도 한끼 식사로 충분하고 맛도 있다.아침 일찍 우리는 뭉크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오슬로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뭉크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춥고 거리는 한산했다.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은 '절규'인데 이 그림은 뭉크 미술관에 없고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있다. 나는 뭉크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우울하고 괴기스럽고 공포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불안, 사람들의 얼굴이 정상이 아니다. 사춘기, 유령같은 그림자. 뭉크의 자화상, 얼굴만 있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마돈나, 매혹적이지만 무서운 존재. 흡혈귀, 여자가 남자의 피를 빨아 먹는다.미술관에는 단체관람을..
밥을 사먹으러 어느 식당에 갔다. 그런데 확장이전을 했다고 가게 앞에 현수막이 붙어있다.이전된 가게로 가보니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전보다 공간이 넓어졌고 테이블도 많아졌다. 음식 가격도 전보다 천원 인상됐다. 맛은 변하지 않았다.점심 피크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들은 많았다. 전에는 테이블이 적어서 항상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실내도 전보다 깔끔하고 사람들도 기다리지 않으니 좋아지기는 했다.이 가게가 장사 잘되는 비결이 뭘까? 싼 가격, 푸짐한 양, 맛, 이것이 장사의 비결인 것 같다. 장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핵심이다.
모든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늘 공허하게 발버둥을 쳤다...그러던 차에 나는 어떤 쓸쓸한 배출구를 발견했다. 창작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만년 노트를 펼치자 이 문장이 첫 페이지에 쓰여있다. 오래전에 쓴 일기장이다. 글쓰기란 쓸쓸한 배출구라는 말이 슬프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홀로 책상에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는 일이다. 이렇게 써나가다보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정신적인 배설이다. 싸질러 놓은 것들이 똥같은 것도 있고 보석처럼 빛나보이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병난다.
어제 저녁 대전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일어난 영상을 보았다.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인도를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승용차가 남녀의 뒤쪽에서 나타나서 두 사람을 덮친다. 여자는 사망했고 남자는 중상을 입고 의식이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만약 몇 초만 늦게 그 장소에 도착했거나 아니면 몇 초만 빠르게 그 장소를 지나갔다면 사고를 면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대전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만나 데이트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그 장소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운명은 그 시간 그 곳에 그들이 있도록 했다. 가혹한 운명이다.그녀는 29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안타깝고 허무한 일이다.
매달 초순에 수도검침원이 집으로 방문한다. 집에 사람이 없으떤 대문에 메모를 남기고 간다. 나는 메모에 남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낸다. < 이번달 수도 계량기의 검침숫자는 137입니다〉한 달에 평균 8제곱미터 정도 수도물을 쓴다. 겨울엔 조금 줄어서 7제곱미터 정도다. 2년 동안 매번 같은 사람이 방문한다. 앞으로도 그녀가 계속 일할 것이다.얼마전 우리집 전기 계량기에 자동원격 검침 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전기검침원이 더이상 필요없게 됐다. 수도계량기 검침도 언젠가는 그런 장치가 부착 될 것이다. 사람의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갯골생태공원에 산책을 갔다.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하고 있고 옛날에 소래염전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겨울이라 사실 볼 것은 별 것 없었다.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야 뭔가 볼 것이 풍성하고 생기가 전해질텐데, 차가운 공기만 얼굴에 부딪친다. 흔들전망대에 올라갔다. 꼭대기에 오르니 정말로 흔들린다. 어지럽다. 높은 곳에 오르니 먼 곳이 보인다.바닥을 내려다보니 어지럽다.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고 빙글빙글 돌며 내려온다. 솟대에 새해의 소원을 빌어본다. 올해는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빈다.
설날 연휴에 오이도로 산책을 갔다. 시흥시 정황동에 있는데 섬인줄 알았더니 섬이 아니다. 이름으로 보면 이다. 옛날에 염전으로 사용하던 갯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뚝방길을 따라 음식점,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횟집 앞에서는 호객꾼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네 가게에 와서 음식을 먹으라고 유혹한다. 과자를 던지는 아이들 주변으로 갈매기들이 떼로 몰려든다.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다닌다. 갈매기도 신났다. 수평선 너머로 낡은 해가 진다. 이제는 명절이 되어야 친척들 얼굴을 본다. 바다 건너 멀리 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내기 힘들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새 부쩍 커서 얼굴도 달라지고 체격도 커졌다. 어른들도 얼굴이 변한 사람이 있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카는 진로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