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원에 나가서 산책을 했다.그동안 미세먼지 탓에 밖에서 운동하는 것을 자제했었다. 점심으로 중국음식을 먹었는데 탈이 났다. 계속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앉아 있는다. 도대체 음식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사먹는 음식이 겁난다. 안사먹을 수도 없고. 사먹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먹기도 어렵다. 더큰 문제는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한사람만 탈이 나는 경우이다. 배아픔이 커질수록 먹은 음식의 목록을 잊지않으려고 한다.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공격한다. 화장실에 앉아 죽을 것만 같다. 입으로 고체의 형태로 들어간 음식물이 액체의 상태로 아래로 흘러나온다. 그냥 흘러나오지 않고 아랫배에 통증을 주면서 나온다.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경고의 신호를 강하게 보낸다.
시계를 보니12시 10분전이다. 직원 식당으로 걸어간다.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메뉴는 비빔밥이다. 고기를 뺀 비빔밥을 달라고 아주머니께 부탁한다. 상추와 콩나물과 밥을 비빈다. 고추장을 넣지 않고 간장을 넣는다. 양념간장이 밴 두툼한 두부찜이 쟁반 위에 네줄로 정렬해서 놓여있다. 나는 그중에 세 조각의 두부를 내 식판에 옮겨담는다. 음식을 더 담을 것인지 0.1초 동안 생각하는 순간 몸은 이미 그곳을 지나쳐간다. 본능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이 먹으면 않된다는 뇌의 명령을 어기고 손은 음식을 넘치도록 퍼담고 있고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의식적인 느낌과 본능적으로 몸속에 영양분을 축적하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은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