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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택시 7

무니muni 2018. 8. 10. 18:52

요즘엔 서양인을 자주 택시에 태운다. 전에는 대부분 중국인, 가끔은 일본인이었다.


오후에 호출이 왔다. 영어로 된 주소가 뜬다. 아마도 외국인, 또는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일것이다.

구시가지 좁은 골목길에서 손님을 태웠다. 혼혈의 젊은 여자다.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서로 인사했다.

음, 한국어를 좀 하는군. 발음만 들어도 그 사람의 한국말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겠지. 나의 영어 발음을 들으면 저 사람 영어 형편없군 하고.


"곽지해수욕장 좋아요?"

"그럼요. 좋습니다. 제주의 바다는 어느 곳이든 아름답습니다."

애월에 유명한 연애인이 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와서 긴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영어 선생이고 한국에 온 지는 6개월이 되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왔다.

"필라델피아는 어때요?"

"살기 좋아요. 날씨도 한국과 비슷하고 눈이 많이 와요."

"뉴욕은 어때요?"

"아, 안좋아요. 사람이 아주 많고 집값이 너무 비싸요. 뉴욕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돈이 많이 들어요."

"미국에 가 본적 있어요?"

"아뇨. 마국은 아직 못가봤고 유럽에는 많이 가봤는데."


그녀는 아이슬란드에 가봤다고 했다. 여름이었는데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았다고 한다.

네팔에도 가봤다고 한다. 4일동안 등산을 했고,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나도 스페인에서 한 달 동안 걸었던 이야기, 유럽 여행 이야기를 해줬다.

하루종일 걷고 저녁엔 지쳐 쓰러져 잠들지만 아침엔 언제 그랬냐는듯이 기운차게 다시 걸었다고, 서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이야기에서 연애이야기로 옮겨갔다. 남자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한다.

"한국남자는 어때요?"

"음, 사귀기가 너무 피곤해요. 많은 시간 같이 있어야 하고, 돌봐줘야 하고, 난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데 그 점이 잘 안맞아요."


짧은 시간이지만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전직 농부였다는 것, 그녀의 아버지도 택시운전사라는 것.

곽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헤어질 시간이다.

"꼭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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