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설

택시 5

무니muni 2018. 8. 10. 19:11

밤 12시 공항에서 콜이 왔다. 이 시간에 왠 콜? 늦게 퇴근하는 공항 직원인가? 택시를 몰고 달려갔다. 택시 탑승장에 승객들이 택시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다. 이 시간에 승객들이 공항에 있는걸 보니 비행기가 연착된 모양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한 남자가 항공사 여직원에게 호통을 치고있다. "비행기가 연착이 됐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게 뭡니까! 저한테 연락하라고 상관에게 전하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화가 난 남자의 가족이 택시에 탔다. 남자의 부인과 초등학생의 아들, 늙은 노모, 이렇게 4명의 가족이 택시에 탔다. “00콘도로 가주세요.” “네, 그런데 비행기가 많이 연착됐나 보죠.” “2시간이나 연착되서 우리 스케줄이 엉망이 됐어요. 자동차 렌트도 시간이 늦어서 할 수 없고 저녁식사도 못하고 이게 뭡니까. 여행이 엉망이 됐어요. 그런데도 항공사에서는 달랑 택시비 만원만 줍답니다. 말이 됩니까?” 남자는 기자를 불러야 겠다느니, 내일 공항에 가서 더 따져야 겠다느니 하며 계속 흥분해 있다. 그의 아내가 말한다. “이제 진정하고 그만해요. 피곤해요.” “그래 아범아 이제 그만해라.” 가족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마다 대응 방식은 다르다. 나라면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다음 일정에 집중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로마에서 영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화물칸에 실은 캐리어가 오지 않은 일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황스러운 일이었는데 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때 여러 사람이 캐리어가 도착되지 않아 분실 신고를 했다. 그런데 누구도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사람이 없었다. 침착하게 영국 항공사 직원에게 분실신고서를 제출하고 캐리어가 오길 기다렸다. 가장 큰 문제는 캐리어 속에 있던 약을 분실한 것이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분실했으니 큰 일이었다. 다음날 영국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사는 과정은 험난했다. 캐리어를 찾는 문제로 항공사 직원과 전화통화, 이메일 교환 등 영어로 소통하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캐리어는 일주일 뒤 한국에서 찾게 되었다. 캐리어의 뚜껑이 깨진 상태였다. 가방 파손 비용을 청구했으면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땐 그런 것도 전혀 몰랐다. 그저 가방을 찾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그런 일을 새로운 경험으로 생각했다.

목적지 00콘도에 도착했다. 18000원의 요금이 나왔다. 남자는 영수증을 챙겼다. 내일 항공사에 제출해서 비용을 받아내겠다고 한다. 내일 또 한바탕 항공사와 싸울 모양이다. 지친 가족은 콘도 데스크로 걸어 들어갔고 난 그곳을 떠났다.

'소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택시 4  (0) 2018.08.10
조이  (0) 2018.08.10
택시 6  (0) 2018.08.10
택시 7  (0) 2018.08.10
택시 8  (0) 2018.08.10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