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다. 이 달의 근무일수를 다시 조정했다. 주당 근무 시간을 50시간 이하로 조정했다. 오히려 잘 됐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 조금 걱정이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날이어서 배낭에 책을 넣고 집에서 나왔다. 걸어서 거리를 가는데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도시의 가장 큰 소음은 자동차 소리다. 자동차 소리만 아니면 조용할텐데. 만약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지금보다는 조용한 거리가 될 것도 같다.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건널목에서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도 덜 생길 것이다. 도서관 가기 전에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었다. 비빔국수와 멸치국수와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김밥이 먼저 나와서 김밥을 먹는데 간이 좀 센 느낌이다. 깍두기와 김치가 반찬으로 나왔다. 빨간 것이 먹음직스럽다. 고..
요즘은 어미 고양이 미노가 안보이고 아들 민수가 매일 와서 밥을 달라고 보챈다. 그러다가 옆집 동생 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담장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이다. 약간 슬픈 얼굴이다. 꽃님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민수는 성깔이 있고 다급한 성격이다. 밥을 줄 때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며 쫓아다닌다. 지가 상전인줄 안다.길고양이지만 이젠 집고양이처럼 집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근처에 있는다. 그러다 며칠 밥을 주지 않으면 더이상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매정한 녀석들이다. 다시 불러오는 것은 쉽다. 밥을 내놓으면 어떻게 알고 다시 온다. 그들은 인간을 밥주는 기계로 본다. 감정도 없다. 나도 감정없이 대하기로 한다. 감정은 상처를 남긴다.우리집에 남는 고기가 있으니 주는거야. 이놈들 육식이라 고기만 먹는다...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문구점에 가면 노트와 볼펜을 꼭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구입했다.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라 우선 사놓고 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동구매이기도 하고 아니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필기구를 사는 것으로 그 욕구를 대신 충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노트는 언젠가 글씨로 가득 찰 것이라고 상상한다. 빈노트를 사는 것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을 사는 것이다. 색연필은 언젠가 흰 도화지에 점과 선으로 변하고 의미있는 색깔과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색깔은 감정을 자극한다. 색깔은 빛이다. 빛은 생명을 만든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창작이고 창작은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다. 오늘은 글이 꿈꾸듯이 써진다. 늘 그랬으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