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미술관은 관람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시된 그림이 많지 않은 탓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서 장을 봤다. 슈퍼마켓은 숙소와 같은 건물의 1층에 있었다. 여러가지 음식 재료를 샀다. 한국돈 5만6천원이 들었다. 장바구니 물가는 비싸지 않다.점심메뉴는 연어구이와 베이컨이 들어간 야채샐러드와 빵이다. 연어 8천원어치를 샀는데 양이 많다. 연어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기름을 바른 후에 마늘과 함께 오븐에 넣어 굽는다. 야채샐러드에 베이컨과 드래싱을 넣고 비벼준다. 맛있는 점심식사가 준비됐다.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를 찾으러 나갔다. 거리는 춥고 한산했는데 쇼핑몰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하고 사람들도 많다. 오슬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듯하다. 늘..
하늘에는 구름이 없다. 구름이 없으므로 빛이 가득한 파란색이어야할 하늘이 파랗지도 않고 푸르지도 않고 회색 먼지가 낀 불투명한 창문을 보는듯하다. 맑은 하늘이라고 절대 부를 수 없는 하늘이다. 나는 먼지낀 안경을 쓰고 걷는 듯 눈앞이 흐리다. 보이지 않는 먼지가 눈알을 간지럽힌다. 하얀 마스크를 입과 코에 밀착시키고 숨을 쉰다. 숨쉬기가 불편하다. 공기는 필터를 거치면서 조금씩만 안으로 들어와 숨쉬기를 힘들게 한다. 외출을 급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드러눕는데 이상하게 피곤하다.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구멍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박힌듯 미세한 통증과 거친 바람소리가 나온다. 집안을 뛰면서 모자란 운동을 한다.
뭉크, 죽음과 소녀, 1894소녀는 해골과 키스를 하고 있다. 피가 흐르고 유령같은 아이들이 보인다.제목은 알 수 없다. 남녀의 모습이 귀신처럼 무섭게 생겼다.뭉크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의 나이 다섯 살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죽었고, 열네 살 때 한 살 위의 누가가 같은 병으로 죽었다. 뭉크 자신도 선천적으로 병약했다고 한다."난 죽음의 기억을 그린다."뭉크는 세 번의 사랑을 했는데 모두 실연으로 끝났다.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인과는 말다툼 중에 여자가 쏜 총에 손가락을 다치는 사건을 겪는다. 그후 뭉크는 다시는 여자를 사귀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게 된다. 뭉크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여자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나에..
숙소에서 샌드위치를 아침밥으로 먹었다.여행하면서 가장 자주 먹게되는 음식이 샌드위치다. 저렴하면서도 한끼 식사로 충분하고 맛도 있다.아침 일찍 우리는 뭉크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오슬로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뭉크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춥고 거리는 한산했다.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대표작은 '절규'인데 이 그림은 뭉크 미술관에 없고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있다. 나는 뭉크의 그림을 좋아한다. 그의 그림은 우울하고 괴기스럽고 공포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불안, 사람들의 얼굴이 정상이 아니다. 사춘기, 유령같은 그림자. 뭉크의 자화상, 얼굴만 있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마돈나, 매혹적이지만 무서운 존재. 흡혈귀, 여자가 남자의 피를 빨아 먹는다.미술관에는 단체관람을..
밥을 사먹으러 어느 식당에 갔다. 그런데 확장이전을 했다고 가게 앞에 현수막이 붙어있다.이전된 가게로 가보니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전보다 공간이 넓어졌고 테이블도 많아졌다. 음식 가격도 전보다 천원 인상됐다. 맛은 변하지 않았다.점심 피크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들은 많았다. 전에는 테이블이 적어서 항상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는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실내도 전보다 깔끔하고 사람들도 기다리지 않으니 좋아지기는 했다.이 가게가 장사 잘되는 비결이 뭘까? 싼 가격, 푸짐한 양, 맛, 이것이 장사의 비결인 것 같다. 장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핵심이다.
모든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늘 공허하게 발버둥을 쳤다...그러던 차에 나는 어떤 쓸쓸한 배출구를 발견했다. 창작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만년 노트를 펼치자 이 문장이 첫 페이지에 쓰여있다. 오래전에 쓴 일기장이다. 글쓰기란 쓸쓸한 배출구라는 말이 슬프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홀로 책상에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는 일이다. 이렇게 써나가다보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정신적인 배설이다. 싸질러 놓은 것들이 똥같은 것도 있고 보석처럼 빛나보이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병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