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늘 공허하게 발버둥을 쳤다...그러던 차에 나는 어떤 쓸쓸한 배출구를 발견했다. 창작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만년 노트를 펼치자 이 문장이 첫 페이지에 쓰여있다. 오래전에 쓴 일기장이다. 글쓰기란 쓸쓸한 배출구라는 말이 슬프다.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홀로 책상에 앉아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는 일이다. 이렇게 써나가다보면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정신적인 배설이다. 싸질러 놓은 것들이 똥같은 것도 있고 보석처럼 빛나보이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매일 내보내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병난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집 안에서 운동했다. 제 자리에서 뛰고 거실과 방을 왔다갔다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뒷문을 열고 나갔다. 찬 공기가 느껴진다. 담쟁이의 붉은 잎 몇 장이 줄기에 붙어 있다. 물방울이 잎끝에 매달려서 동그랗게 붙어있다. 집안이지만 몸을 계속 움직이니 몸에서 열이 난다. 창문을 조금 열어서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도록한다. 열린 창문 옆 소파에 앉아 글을 쓴다. 조금 졸립다.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는다. 음악 소리가 어둠 속에서 어지럽다. 힘겹게 어둠을 헤매다가 눈을 뜬다. 클래식곡으로 음악을 바꾼다. 글을 쓸 때 음악을 항상 듣는다. 주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면 글이 잘 써진다. 음악을 타고 글이 나오는 듯하다. 피아노가 한 음..
쉬는 날이다. 이 달의 근무일수를 다시 조정했다. 주당 근무 시간을 50시간 이하로 조정했다. 오히려 잘 됐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 조금 걱정이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는 날이어서 배낭에 책을 넣고 집에서 나왔다. 걸어서 거리를 가는데 자동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도시의 가장 큰 소음은 자동차 소리다. 자동차 소리만 아니면 조용할텐데. 만약 모든 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지금보다는 조용한 거리가 될 것도 같다.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건널목에서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차도 덜 생길 것이다. 도서관 가기 전에 식당에 들러서 밥을 먹었다. 비빔국수와 멸치국수와 김밥 한 줄을 주문했다. 김밥이 먼저 나와서 김밥을 먹는데 간이 좀 센 느낌이다. 깍두기와 김치가 반찬으로 나왔다. 빨간 것이 먹음직스럽다. 고..
필기구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문구점에 가면 노트와 볼펜을 꼭 둘러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구입했다.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라 우선 사놓고 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동구매이기도 하고 아니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필기구를 사는 것으로 그 욕구를 대신 충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노트는 언젠가 글씨로 가득 찰 것이라고 상상한다. 빈노트를 사는 것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글을 사는 것이다. 색연필은 언젠가 흰 도화지에 점과 선으로 변하고 의미있는 색깔과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색깔은 감정을 자극한다. 색깔은 빛이다. 빛은 생명을 만든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창작이고 창작은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다. 오늘은 글이 꿈꾸듯이 써진다. 늘 그랬으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