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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택시 10

무니muni 2018. 8. 10. 18:35

새벽 3시 쯤이었다. 사람이 드문 새벽 시간이라 차를 정차해 놓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부른다. 차를 돌려서 그 남자를 태웠다.

“내가 택시비 두둑히 줄테니 어디 좀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옵시다. 근처 성인용품점으로 갑시다. 비아그라를 사야하는데 후배보고 사오라고 했는데 그 자식이 쪽팔리다고 안사온다고 하네. 시발놈. 내가 나이가 70인데, 술집에서 아가씨랑 술먹다가 한 번 하자고 하는데 고추가 안서는거야. 그래서 술판 치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약사러 나온거야. 저기네. 좀 기다려 줘요. 내가 금방 갔다 올테니…... 어이, 계시오, 어이, 문 좀 열어주시오. 어이. 이런 불은 켜있는데 문이 잠겨있네. 영업 끝났나보네. 다른 곳으로 갑시다. 저 위로 가면 또 가게가 있으니 그리로 갑시다. 내가 오늘 경마장에 갔는데 대박이 났잖소. 400만원을 번거야. 그래갔고 초저녁부터 밥먹고 술먹고 그랬는데 돈이 다 얼로 갔는지 없네. 제길. 내가 택시비 미리 주겠소. 여기 만원 받으시오. 저기 가게가 있네. 잠깐 기다려 주시오. 금방 들어갔다 올테니…... 야, 문열어. 야, 문 좀 열어봐. 이 자식 안에 있으면서 문을 안여네. 영업을 안하면 간판불을 끄던가. 개자식. 아, 여기도 허탕이네. 기사양반, 한 곳만 더 가봅시다. 저 쪽으로 갑시다. 아까 그 집은 내 친구가 하는 가게인데 전화도 안받네. 분명 안에 있는데, 그놈 차가 옆에 있는걸 보니 가게 안에 분명 있는데 안나오네. 지금 몇 시요. 3시 반이나 됐소? 늦긴 늦었네. 가게에서 자고 있나보네. 좀 열어주지. 저기 저 가게만 가보고 안열었으면 그냥 내가 탔던 데로 돌아갑시다……. 계시오, 문 좀 열어주시오, 여보시오, 계시오, 쳇, 안열었네, 전화도 안받네, 그냥 갑시다. 미안하요. 여기 만 원 더 받으시오. 돌아다니느라고 수고했소. 기집애들이랑 술이나 마저 먹어야겠소. 초저녁에는 잘 서던게 이젠 안서네. 술값은 왜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오늘 번돈 다썼네. 저기 내려주시오. 고맙소. 잘 가시오.”

70살의 남자는 그리 늙어보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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