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원에 나가서 산책을 했다.그동안 미세먼지 탓에 밖에서 운동하는 것을 자제했었다. 점심으로 중국음식을 먹었는데 탈이 났다. 계속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앉아 있는다. 도대체 음식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사먹는 음식이 겁난다. 안사먹을 수도 없고. 사먹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먹기도 어렵다. 더큰 문제는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한사람만 탈이 나는 경우이다. 배아픔이 커질수록 먹은 음식의 목록을 잊지않으려고 한다.내가 먹은 음식이 나를 공격한다. 화장실에 앉아 죽을 것만 같다. 입으로 고체의 형태로 들어간 음식물이 액체의 상태로 아래로 흘러나온다. 그냥 흘러나오지 않고 아랫배에 통증을 주면서 나온다. 다음부터 조심하라는 경고의 신호를 강하게 보낸다.
시계를 보니12시 10분전이다. 직원 식당으로 걸어간다.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메뉴는 비빔밥이다. 고기를 뺀 비빔밥을 달라고 아주머니께 부탁한다. 상추와 콩나물과 밥을 비빈다. 고추장을 넣지 않고 간장을 넣는다. 양념간장이 밴 두툼한 두부찜이 쟁반 위에 네줄로 정렬해서 놓여있다. 나는 그중에 세 조각의 두부를 내 식판에 옮겨담는다. 음식을 더 담을 것인지 0.1초 동안 생각하는 순간 몸은 이미 그곳을 지나쳐간다. 본능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이 먹으면 않된다는 뇌의 명령을 어기고 손은 음식을 넘치도록 퍼담고 있고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의식적인 느낌과 본능적으로 몸속에 영양분을 축적하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은 나를 혼란에 빠뜨린다.
뭉크 미술관은 관람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시된 그림이 많지 않은 탓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서 장을 봤다. 슈퍼마켓은 숙소와 같은 건물의 1층에 있었다. 여러가지 음식 재료를 샀다. 한국돈 5만6천원이 들었다. 장바구니 물가는 비싸지 않다.점심메뉴는 연어구이와 베이컨이 들어간 야채샐러드와 빵이다. 연어 8천원어치를 샀는데 양이 많다. 연어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올리브기름을 바른 후에 마늘과 함께 오븐에 넣어 굽는다. 야채샐러드에 베이컨과 드래싱을 넣고 비벼준다. 맛있는 점심식사가 준비됐다.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를 찾으러 나갔다. 거리는 춥고 한산했는데 쇼핑몰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따뜻하고 사람들도 많다. 오슬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는 듯하다. 늘..
하늘에는 구름이 없다. 구름이 없으므로 빛이 가득한 파란색이어야할 하늘이 파랗지도 않고 푸르지도 않고 회색 먼지가 낀 불투명한 창문을 보는듯하다. 맑은 하늘이라고 절대 부를 수 없는 하늘이다. 나는 먼지낀 안경을 쓰고 걷는 듯 눈앞이 흐리다. 보이지 않는 먼지가 눈알을 간지럽힌다. 하얀 마스크를 입과 코에 밀착시키고 숨을 쉰다. 숨쉬기가 불편하다. 공기는 필터를 거치면서 조금씩만 안으로 들어와 숨쉬기를 힘들게 한다. 외출을 급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드러눕는데 이상하게 피곤하다.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구멍에 보이지 않는 가시가 박힌듯 미세한 통증과 거친 바람소리가 나온다. 집안을 뛰면서 모자란 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