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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노자 도덕경 11장 빈방

무니muni 2018. 8. 6. 16:58

11. 빈방


서른 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통에 모여있고

그 바퀴통이 비어있어야 수레가 굴러간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어있어야 그릇으로 쓸 수 있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어있어야 방으로 쓸 수 있다.

그러므로 형태있는 것이 이득이 되는 것은 비어있는 것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 有車之用.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 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그릇에 뭔가가 가득차 있으면 다른 것을 채울 수가 없다. 비워야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 그래서 비어있는 것이 쓸모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릇이라는 형태가 없다면, 흙과 흙으로 만든 그릇의 형태가 없다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러니 그릇의 기능은 가운데가 비어있는 그 형태에서 오는 것이다. 가운데가 비어있음(無)과 그릇의 형태(有) 둘 다 중요하다. 노자는 무(無)를 강조하지만 내가 보기에 유(有)도 중요하다. 마음을 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으로 채우냐가 문제일 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또는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거나, 이 모두가 쓸모없는 일이기도 하고 쓸모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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