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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이와 부모

무니muni 2018. 8. 20. 20:46

결혼을 앞둔 청년이었다. 미래가 불안한 모양이다. 내게 대뜸 물었다.

“결혼을 곧 할 예정인데요,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을까요, 안낳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를 낳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이 많지요. 아이를 안낳는다는 사람을 사회는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요. 제가 보기엔 아이를 안낳는 편이 좋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아이가 없으면 일단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아이에 얽매이지 않아 시간적으로도 자유롭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부모님들이 반대하셔서 고민이네요.”

아이를 낳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최소 20년이다. 그 기간동안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 성인이 된 이후엔 자식은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살아간다. 이때부터 부모와 자식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적 존재가 된다. 그렇지 못하면 갈등이 생긴다. 

지금 이 세계가 과연 살아갈 만한 세계인지 미래는 과연 살만한 세계인지 의문이 생긴다. 아이를 낳아서 이런 세계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일이다. 

사는게 힘들다고 해도 사람들은 계속 아이를 낳을 것이다. 자식을 낳는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것이 본능이듯이 말이다. 생명의 의지라는 본능은 삶을 계속이어가는 것, 불멸을 향한 본능이다. 나는 죽지 않을 것처럼 계속 살아간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을 것처럼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얼마전 여동생으로부터 몇년만에 연락이 왔다. 전화통화가 아니라 문자를 주고 받았다. 문자가 편하다.

‘엄마가 경제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는데 나도 힘들다. 매번 도와드렸는데 이번엔 거절했다. 마음이 아프다. 오빠는 그런 신경 안써서 좋겠다. 남편에게도 말못하고 힘들었는데 오빠에게 말하니 좀 후련하다.’

내가 대답했다. ‘너의 결정이 옳다. 매번 손벌리는 어머니가 문제다.’

TV 뉴스에 남북 이산가족이 오늘부터 상봉한다는 소식이 나온다. 나는 어머니와 오래전에 헤어졌다. 앞으로도 만날 일이 없으므로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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