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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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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muni 2018. 11. 7. 16:24

그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옛날식 집이다. 마당이 있고 툇마루가 보이고 그 안에 방이 있다. 방 안에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뭐라고 남자에게 말을 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남자가 세수대야를 마당으로 던진다. 세수대야가 마당에 나뒹굴고 아이의 앞에 멈춘다. 남자는 큰소리로 여자를 꾸짖는다. 여자는 울음을 터뜨린다. 마당에 앉아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도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는 슬프다.

그가 기억하는 또다른 오랜 기억은 손을 다친 동생이다.

그의 아버지는 집에 공장을 차렸다. 먹고 살려면 뭐든 해야 하는 시기였다. 국수기계를 설치해 놓고 국수를 뽑아서 건조대에 널어서 말린다. 말린 국수를 포장해서 자전거에 싣고 가게로 납품하러 다닌다. 국수가 기계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바라보면 신기하다. 밀가루 반죽이 기계에 들어가서 길고 얇은 가닥으로 계속해서 나온다. 어린 동생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다. 아기가 기계 근처에 가면 위험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잘 알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어린 동생은 기계 근처까지 다가 왔고 손을 내밀어 국수가닥을 잡고 입에 넣어 먹어본다. 그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동생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 또한 아이였으므로. 동생의 손이 국수기계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 순간 동생의 손이 국수기계에 빨려들어 간다. 동생은 갑작스런 통증에 울음을 터뜨린다. 황급히 남자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동생의 손을 기계에서 빼낸다. 다급한 목소리로 남자는 외친다. 아니, 이걸 어떻게 하지? 손이, 손가락이… 남자는 수건으로 동생의 손을 감싸쥐고 여자를 부른다. 어디간 거야? 여보? 어딨어? 아이를 안보고 어떻게 된거야? 남자는 우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아무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슬프지도 않다. 아직 고통이 무엇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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