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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0일, 다시 여행을 떠나다.

다시 겨울이 왔다. 농사짓는 사람에게 겨울은 농한기다. 그 당시 나는 농사를 짓고 있었다. 겨울에도 일을 하는 농부들이 있기는 하다. 도시로 나가 막노동을 하거나 다른 일거리를 찾거나 겨울에도 일할 수 있는 하우스농사를 짓거나, 그렇게 일년 내내 일을 하는 농부들도 있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도 물론 겨울에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해 농사를 위해서 해둬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나 3개월의 겨울 중 한 달의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시 여행을 떠나려고 짐을 쌌다. 여행에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여행은 중독성이 강했다. 1년 내내 겨울만 기다렸다. 여행이 왜 그렇게 좋을까? 여행의 본질은 자유로움과 새로움이다. 여행의 경험을 통해 나는 정신과 육체가 좀더 자유롭고 새로운 다른 인간으로 진화한다.

나는 평소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나를 잊고 온전히 그리는 대상에 집중한다. 그리는 것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대상을 보고 그리지만 그린 것은 대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었다. 좀 어렵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저 위에서 누가 말하는대로 받아적을 뿐이다.

한국에서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법이 없다. 그런데 여행을 가면 낯선 사람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건다. 여유와 호기심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적당한 항공티켓을 예약했다. 김포 출발, 베이징 경유, 암스테르담 도착이다. 베이징에서 11시간 10분의 대기 시간이 있다. 베이징 시내를 잠깐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다.

스마트폰으로로 암스테르담에서 머물 숙소도 예약했다.

시골 산골에 살던 우리는 하루전에 미리 김포로 출발했다. 김포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일박을 했다. 호텔은 깨끗하고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그런데,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긴장한 탓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일까? 숙소에는 숙소의 내외부 사진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직접 가보지 않고도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김포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2시간 정도 지연됐다. 기다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비행기가 위아래로 요동을 친다. 놀이기구를 탄듯이 짜릿하다. 이 비행기를 몰고 있는 조종사는 추락할 때의 기분이 어떤지 체험해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 천안문을 보러 갔다. 중국 공안의 경비가 삼엄하다. 가방 검사를 철저히 한다. 마오쩌둥 사진 옆의 글자는 뭐라고 쓴거야.
中华人民共和国万岁, 世界人民大团结万岁.(중화인민공화국만세, 세계인민대단결만세.) 세계가 하나로 단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영원히 잘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베이징 시내 어느 식당에서 밥을 사먹었다. 음식 이름은 모르겠다. 이젠 어딜가도 잘 먹는다.

칭따오 맥주를 이때 처음 먹어봤다. 맛이 좋다. 이후로 한국에 와서도 자주 사먹었다.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비행기는 고급졌다. 좌석마다 usb 단자가 있어 스마트폰 충전도 된다. 앞에 보이는 화면은 터치스크린이다.

기내식은 맛있는데 소화가 잘 안된다. 배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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