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대전에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일어난 영상을 보았다. 젊은 남녀가 손을 잡고 인도를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승용차가 남녀의 뒤쪽에서 나타나서 두 사람을 덮친다. 여자는 사망했고 남자는 중상을 입고 의식이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은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만약 몇 초만 늦게 그 장소에 도착했거나 아니면 몇 초만 빠르게 그 장소를 지나갔다면 사고를 면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대전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만나 데이트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면 그 장소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운명은 그 시간 그 곳에 그들이 있도록 했다. 가혹한 운명이다.그녀는 29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안타깝고 허무한 일이다.
매달 초순에 수도검침원이 집으로 방문한다. 집에 사람이 없으떤 대문에 메모를 남기고 간다. 나는 메모에 남긴 연락처로 문자를 보낸다. < 이번달 수도 계량기의 검침숫자는 137입니다〉한 달에 평균 8제곱미터 정도 수도물을 쓴다. 겨울엔 조금 줄어서 7제곱미터 정도다. 2년 동안 매번 같은 사람이 방문한다. 앞으로도 그녀가 계속 일할 것이다.얼마전 우리집 전기 계량기에 자동원격 검침 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전기검침원이 더이상 필요없게 됐다. 수도계량기 검침도 언젠가는 그런 장치가 부착 될 것이다. 사람의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갯골생태공원에 산책을 갔다.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하고 있고 옛날에 소래염전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겨울이라 사실 볼 것은 별 것 없었다.꽃이 피고 잎이 무성해야 뭔가 볼 것이 풍성하고 생기가 전해질텐데, 차가운 공기만 얼굴에 부딪친다. 흔들전망대에 올라갔다. 꼭대기에 오르니 정말로 흔들린다. 어지럽다. 높은 곳에 오르니 먼 곳이 보인다.바닥을 내려다보니 어지럽다.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고 빙글빙글 돌며 내려온다. 솟대에 새해의 소원을 빌어본다. 올해는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빈다.
설날 연휴에 오이도로 산책을 갔다. 시흥시 정황동에 있는데 섬인줄 알았더니 섬이 아니다. 이름으로 보면 이다. 옛날에 염전으로 사용하던 갯벌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뚝방길을 따라 음식점,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횟집 앞에서는 호객꾼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기네 가게에 와서 음식을 먹으라고 유혹한다. 과자를 던지는 아이들 주변으로 갈매기들이 떼로 몰려든다. 아이들은 신나서 뛰어다닌다. 갈매기도 신났다. 수평선 너머로 낡은 해가 진다. 이제는 명절이 되어야 친척들 얼굴을 본다. 바다 건너 멀리 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내기 힘들기도 하다. 아이들은 그새 부쩍 커서 얼굴도 달라지고 체격도 커졌다. 어른들도 얼굴이 변한 사람이 있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카는 진로를 고민..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하는 짓은 그의 업이 되지만 내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나의 업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의 행동 때문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실망하고 질투하고 결국 자신을 망가뜨린다. 한때 나는 슬픔이 많았다. 사랑받기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외로워서 죽을 것 같았다. 스스로 깊은 구덩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인간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당연한 존재방식임을 알았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너는 너의 길을 간다. 우연히 길동무가 되기도 하지만 잠시일뿐이다. 그 때문에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의 말에 휘말리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다.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 남은 없다. 나는 나에게 신경쓴다. 이런 나를 싫어하는 이가 있다.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