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쯤이었다. 사람이 드문 새벽 시간이라 차를 정차해 놓고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택시를 부른다. 차를 돌려서 그 남자를 태웠다.“내가 택시비 두둑히 줄테니 어디 좀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옵시다. 근처 성인용품점으로 갑시다. 비아그라를 사야하는데 후배보고 사오라고 했는데 그 자식이 쪽팔리다고 안사온다고 하네. 시발놈. 내가 나이가 70인데, 술집에서 아가씨랑 술먹다가 한 번 하자고 하는데 고추가 안서는거야. 그래서 술판 치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고 약사러 나온거야. 저기네. 좀 기다려 줘요. 내가 금방 갔다 올테니…... 어이, 계시오, 어이, 문 좀 열어주시오. 어이. 이런 불은 켜있는데 문이 잠겨있네. 영업 끝났나보네. 다른 곳으로 갑시다. 저 위로 가면 또 가..
어스름한 새벽에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마당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잔잔하게 들린다. 가을이 은밀하게 오고 있다. 여름이 한창이지만 밤에는 서늘한 기운이 있다.한낮의 열기가 피부에 붙어서 끈적끈적하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창문 너머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넌 왜 밤에 우는거니? 멍청한 질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밤에 먹은 커피 때문이다. 밤새 일해야 하니 졸지 말라고 커피를 마신다. 졸다가 위험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블랙으로 마시면 속이 쓰리다. 위장도 낡아간다.잠을 깨고 눈을 뜨니 사방이 훤하다. 멀리서 집을 짓는 공사장의 기계소음이 시끄럽게 들린다. 예전에 새소리에 잠을 깨던 산속의 아침이 떠오른다. 산속마을이라고 해서 기계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운기 소리, 트랙터 소..
밤이다. 그믐달이 보인다. 가로등도 없는 어둠을 헤치고 산속으로 올라간다. 막다른 길에 건물 불빛이 보인다. 이런 외진 곳은 나도 무섭다.가방을 든 한 남자가 나온다. 택시에 탔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남자는 혼자말을 한다. 이렇게 빨리 온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가 이곳을 먼 곳에서 일부러 올 일은 결코 없다. 근처에 왔는데 때마침 호출이 떴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오늘 운이 좋은 것이다.밤 운전은 힘들다. 빛이 없다는 것은 시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고 사고날 확률이 높아진다.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해 깜짝 놀라기도 한다. 도로에는 속도를 높이지 못하게 만든 둔턱이 여러곳 있다. 밤에는 이것을 잘 보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안그러면 큰 충격소리와 함께 몸이 위로 솟구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깜짝..
25. 도는 스스로를 따른다 우주가 생기기 전에 형태가 없고 완벽한 것이 있었다.고요하고 텅비어 있고홀로 있고 변하지 않고모든 곳에 작용하고 영원히 멈추지 않으니그것은 우주의 어머니이다.나는 그것의 이름을 모르니그냥 ‘도'라고 부르고 ‘위대하다’고 한다.끝없이 멀리 모든 사물에 이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도는 위대하고하늘도 위대하고땅도 위대하고사람도 위대하다.이것이 네가지 위대한 것이다.사람은 땅을 따르고땅은 하늘을 따르고하늘은 도를 따른다.도는 스스로를 따른다.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 寥兮! 獨立而不改 周行而不殆 可以爲天下母.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逝曰遠 遠曰反. 故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도는 스스로를 따른다. ..
24. 발끝으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발끝으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다리를 너무 벌리고는 오래 걸을 수 없다. 스스로 드러내는 사람은 빛이 나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사람은 존경받지 못한다.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고 사람들은 그런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지닌 사람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 不明. 自是者, 不彰. 自伐者, 無功. 自矜者, 不長.其在道也, 曰餘食. 贅行, 物或惡之. 故有道者, 不處. 발끝으로 서 있다는 것은 남보다 잘 보이려고, 애써 크게 보이려는 행동이다. 결국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비틀거리게 된다. 남보다 빨리 가려고 보폭을 무리하게 크게 벌리며 걸으면 처음엔 좀..
23. 자연은 말이 없다 자연은 말이 없다.거센 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못하고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자연은 충분한 게 뭔지 안다.인간도 그래야 한다.도를 따르는 사람은 도와 같아지고얻으려고 하면 얻을 것이고잃으려고 하면 잃을 것이다..도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도를 얻을 것이고도를 잃으려고 하는 사람은 도를 잃을 것이다. 希言自然. 飄風不終朝. 暴雨不終日. 孰爲此? 天地尙不能久. 又況於人乎! 故從事而道者, 同於道. 得者, 同於得. 失者, 同於失. 同(於)得者, 道亦得之. 同於失者, 道亦失之. 〔백서본〕 자연은 명령하지 않는다.스스로 그러함(자연, 자연스러움)을 따를 뿐이다.스스로 그렇게 할 뿐이다.자연도 홍수가 나고 불볕더위로 충분한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이런 이상기후가 인간..
22. 굽히면 완전해지고 굽히면 온전해지고구부리면 곧아지고파이면 채워지고낡으면 새로워지고덜어내면 얻어지고많으면 정신이 흐려진다.성인은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세상의 본보기가 된다.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에 밝게 드러나고자신을 옳다 않기에 널리 빛나며자신을 자랑하지 않기에 공을 인정받고자신을 뽐내지 않기에 오래간다.남과 싸우지 않으니아무도 그와 싸울 수 없다.굽히면 온전해진다는 옛말이어찌 헛된 말이겠나!진실로 온전히 돌아가게 된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幣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 爲天下式. 不自見, 故明 不自是, 故彰 不自伐, 故有功 不自矜, 故長.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겸손하면 완전해진다. 양보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삐딱한 생각이 언젠가는 정설이 되고땅이 ..
21. 있는듯 없는듯 위대한 사람은 항상 도를 따른다.도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없는 듯 있으면서 형상이 있다.있는 듯 없으면서 실체가 있다.흐릿하고 어둡지만 그 가운데 본질이 있다.그 본질은 진짜고 믿을 수 있다.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이름이 사라지지 않으니그것으로 우주의 시작을 본다.우주의 시작을 내가 어떻게 아는가?도에 의해서다.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 恍兮惚兮, 其中有物. 窈兮冥兮, 其中有精 ; 其精甚眞, 其中有信, 自古及今, 其名不去, 以閱衆甫. 吾何以知衆甫之狀哉? 以此. 노자가 말하는 도는 사실 애매하다.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고 상식과는 잘 안맞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보기에 노자 도덕경은 소심한 은둔자의 철학이다. 말하기 수줍어..
20. 바보처럼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이다.‘예’와’ 아니오’라는 대답이 얼마나 차이가 있고아름다움'과 ‘추함'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해야 하는가?얼마나 웃긴 일인가?사람들이 즐겁게 잔치를 벌이는 듯하고화사한 봄날 소풍가는 듯하다.그러나 나는 가만히 신경쓰지 않는다,아직 웃지 못하는 간난아기처럼.나는 집 없는 사람처럼 쓸쓸하고 지쳤다.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는데나만 혼자 부족한 듯하다.나는 바보같이 어리석고 둔하다.사람들은 밝은데 나 혼자 어둡고사람들은 똑똑한데 나 혼자 멍청하다.나는 바다처럼 고요하고멈추지 않는 바람같다.사람들은 모두 쓸모가 있는데나는 고집세고 미천하다.나는 사람들과 달라서만물의 근본을 귀하게 여긴다. 絕學無憂,唯之與訶,相去幾何?美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