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미술관으로 갔는데 휴관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크리스마스날이라 휴관이었다. 다음날에 다시 오기로 하고 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로 1882년부터 짓기 시작했으니 130년이 넘도록 공사중이다. 성당 내부를 관람하려는 대기줄이 너무 길어 내부 관람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성당 외부만 구경했다. 성당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조각품들, 장식품들의 섬세함이 놀랍다.성당을 구경하고 나서 성당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눈에 보이는 가까운 식당으로 그냥 들어갔는데 나름 크고 유명한 식당인 듯하다. 타파스를 여러 접시 시키고 상그리아와 함께 먹었다. 우리는 상그리아의 맛에 푹 빠졌다.시간이 남는다. 우리는 바르셀로네타..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거리로 나섰다. 먼저 향한 곳은 피카소 미술관이다. 피카소 미술관은 바르셀로나에도 있다. 피카소 미술관이 유럽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은 그가 남긴 작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술관 내부의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어쩔수 없이 눈으로만 감상했다. 일년 뒤에 다시 왔을 때는 사진촬영이 허용되었는데 그건 다음에 쓰기로 한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피카소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조그만 나무조각에 그린 유화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받은 식당 전단지가 생각났다. 타파스 전문 식당이라는 문구에 끌렸다. 무료 와이파이도 된다고 써있다.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상그리아와 타파스 몇 가지를 주문했다...
마지막 날은 니스 해변에서 햇볕을 쬐면서 와인을 마시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냥 쉬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는 것이 좋았다.손에 들고 있는 저 술은 로제 와인인데 과일맛이 난다. 해변에 앉아서 병나발을 불었다. 저 때는 술을 참 많이 마셨다. 거의 매일 와인을 마셨다. (참고로 지금은 술을 안마신다.)밥은 숙소에서 매일 해먹었다.바게뜨빵과 스테이크와 연어 샐러드. 소고기값이 싸서 자주 해먹었다.내가 좋아하는 감자. 감자를 쪄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매일 밥처럼 먹었다.원래는 니스에서 계속 머물 계획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어서 더 따뜻한 곳인 바르셀로나로 옮기기로 했다. 이 때 우리의 여행 방식은 우선 다음 행선지만 정하고 비행기 티켓과 며칠 간의 숙박만 예약하는 방식이었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도 정..
오늘은 팜플로나로 간다. 우리가 산티아고길을 생장에서 시작하지 않고 팜플로나에서부터 시작한 이유는, 우선 우리의 체력을 믿을 수 없었다. 생장에서부터 시작하면 험준한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고 그러면 초장에 체력이 바닥나서 며칠 못가 포기할까봐 염려되었다. 산 위에서 나는 더이상 못가, 포기야, 이러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쉽게 시작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생장부터 산티아고길을 시작했어도 우리는 충분히 완주할 수 있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우리의 체력을 너무 몰랐고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걸으면서 깨달은 것은, 처음 걸을 땐 힘들지만 걸을수록 체력은 좋아지고 덜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걸을수록 체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
오늘 걷는 거리는 25km, 산티아고길 첫날이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산을 하나 넘는다. 첫날부터 강행군이다. 잠은 잔듯 만듯 했다. 커다란 체육관 한가운데서 누워있는데 주변에서 코고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침대 삐걱이는 소리, 온갖 소리가 체육관을 울리는 가운데 겨우 잠을 잤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층침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침대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 신경쓰인다. 새벽이 되니 어느새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짐을 챙겨 나갔다. 우리는 씻고 화장실 볼일 보고 여유있게 나왔다. 그때까지 옆 침대의 한국 부부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 부부는 생장부터 걸어왔다는데 이날 이후로 우리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보다 더 천천히 걷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속도를 늦췄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보..
여행은 항상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위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행을 왜 떠나는가?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 자유, 새로움. 뭐 이유는 많다. 이유가 있어냐만 떠나는건 아니다. 그냥 좋아서. 여행 자체가 좋아서. 여행 자체가 이유이기도 하다. 왜 사냐고 물으면 사는 것 자체가 이유이듯이. 어떤이가 말했다. 여행에는 동기가 필요없으며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진다. 여행은 이전의 나를 해체하고 새로운 나를 만든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나를 만든다. 그러면 왜 안떠나는가?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 현재의 일상이 파괴되었을 때 난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