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가방을 잃어버리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시작은 로마공항에서 시작된다. 로마 공항에서 런던으로 가기 위해 예약한 모나크 항공사에서 티켓발권 수속을 받던 중에 문제가 생겼다. 화물로 부치려던 캐리어의 무게가 미리 예약한 무게보다 초과된 것이다. 그래서 가방을 열어서 무거운 것들을 빼내서 다른 가방으로 옳기고 다시 무게를 재서 겨우 가방을 화물로 부칠 수 있었다. 이런 해프닝이 불행의 전조였다. 런던 공항에 도착하면 우선 입국할 때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인터뷰를 하게 된다. 왜 왔는지, 직업은 무엇인지, 어디에 묵는지, 언제 떠날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느라 머리가 온통 지끈거렸는데, 가방을 찾으려고 기다리는데 우리 가방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잃어버린 가방..
베른의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이젠 하루 세 끼를 양식을 먹어야 한다. 한식이 아직 그리운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음식에 적응해야 했다. 달걀에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껍질이 수박껍질처럼 보인다. 아침엔 크로와상과 커피, 과일쥬스, 스크램블 에그, 요거트, 과일, 이렇게 먹는다. 위에 부담스럽지 않고 든든하다. 여행은 걷는 것이 다반사라 아침밥을 든든히 먹어 두는 것이 좋다. 그러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온다. 한번은 파리에서 아침에 길을 걷다가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뻔했다. 너무 무리했는지 몸에서 이상신호가 왔다. 그날은 하루종일 숙소에서 쉬었다.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베른 시내에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베른에서의 짧은 일정 탓에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차를 ..
파리에서의 17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다음은 스위스로 간다. 목적지는 체르마트인데 베른에서 1박을 하고 가는 여정이다. 한인민박집 이모들과는 어제 저녁에 미리 작별 인사를 했다. 17일 동안 매일 두 끼의 식사를 책임져 주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약간의 팁을 담은 봉투를 전했다.TGV를 타기 위해서 파리 리옹역(Paris Gare de Lyon)으로 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하늘은 어둡고 조명은 건축물에 아름답게 비친다. 건물이 아름답다. 검색해보니 프랑스 건축가 Marius Toudoire의 작품이라고 구글이 알려준다.한국에서도 KTX를 타보지 못했다. 외국에 와서 고속열차를 처음 타봤다. 흔들림도 적고 소음도 없고 레일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린다.베른에 도착해서는 숙소부터 찾아갔다.숙소는 깨끗..
뤽상부르 공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서점을 만났다. 서점 앞에 좌판을 벌려놓고 책을 전시했는데 우리가 파리에서 본 그림들이 죄다 들어있는 화집을 발견했다. 가격이 좀 비쌌지만 구입했다. 서점 주인 할아버지는 '메르시'가 한국말로 어떻게 말하는지 가르쳐 달라고 한다. 서점 주인은 우리에게 배운 한국말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외치며 우리와 헤어졌다. 나중에 루브르 박물관의 서점에서 똑같은 책을 더 싸게 파는 것을 보고는 약간 당했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덕분에 서점 주인과 안면도 트고 지날 때마다 이웃처럼 인사하고 지냈다. 저 화집이 엄청 무겁다. 저 책 때문에 여행가방이 항공사에서 분실되는 일도 생겼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저 책을 들고 인증사진 찍기.길바닥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었는데 만화 캐릭..
아내의 취미이자 특기 중 하나가 뜨개질이다. 파리의 뜨개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파리 시청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아갔다. 가게 이름은 La Droguerie Paris.가게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인은 손님들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내는 신이 나서 물건을 이것저것 구경했다.나의 털모자를 떠 주기로 하고 적당한 실과 바늘을 사서 가게를 나왔다. 아내는 그날 저녁에 뚝딱하고 털모자를 짰다. 내가 보기에 뜨개질은 신기한 마술같이 보인다. 이 털모자를 다음날부터 쓰고 다녔다. 파란 목도리는 샹제리제 거리의 어느 상점에서 산 것이고 회색 털모자는 아내가 만든 것이다.파리에도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시뉴 섬(프랑스어: Île aux Cygnes)의 한쪽 끝에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프랑스어: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은 유럽에서 가장 큰 동양 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사업가 에밀 기메의 개인 소장품을 모아 설립한 박물관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한국의 미술품도 다수 있었다.천수관음보살상과 신라금관, 반가사유상 등을 볼 수 있다. 파리에서 한국 미술품을 보는 것도 새롭다.카페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달달한 쵸코케익 한 조각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유럽의 웨이터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많다.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카페 안으로는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의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외부 탁자는 흡연석이라 담배..
우리가 묵었던 한인민박집에서 우리는 장기투숙자였다. 지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 기억나는 사람들이 몇 있다. 브라질에서 옷장사를 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브라질에 오면 재워주겠다며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다. 브라질의 집에 방이 많다면서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브라질에 가야할 일이 있긴한데 언제 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억나는 또 한 사람은 직장에 다니는 아가씨였는데 휴가를 왔다고 한다. 그런데 쇼핑을 너무 많이 해서 큰 캐리어를 하나 더 구입해서 꽉꽉 채워서 한국에 돌아간다고 한다. 이 아가씨를 기억해보니 요즘 제주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큰 캐리어에 한가득 쇼핑한 물건을 채워서 중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사람이 있었는데, 혼..
3일 정도 루브르를 관람하면 이제 어디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대충 알게 된다. 처음엔 미로처럼 복잡한 건물 내부에서 길을 잃기가 쉽다. 어디가 어딘지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한참을 헤메기도 한다. 그만큼 건물이 크고 복잡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않았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좀더 재미있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을 것이다.루브르 관람을 마치고 오르세 미술관으로 갔다. 오르세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서 건물 사진만 있다.오르세 안에 있는 바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캔맥주와 샌드위치, 샐러드로 점심을 먹었다. 이렇게 계속 먹으면 날씬해지겠다. 멋진 그림 앞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란 것이 묘하다. 작품 수가 얼..
아침 일찍 루브르에 도착해서 문을 열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루브르가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모나리자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모나리자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우리만의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었다.이 그림 한 번 자세히 보겠다고 아침부터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려해도 볼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림이 생각보다 작고 울타리가 쳐져있어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갈 수 없다. 또 그림 앞이 방탄유리로 막혀있어 그림이 어둡워 보인다. 어쨌든 최대한 가까이 가서 그림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여유롭게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모나리자를 배경으로 우리의 사진도 찍고 그들의 사진도 찍어줬다. 사람들이 점점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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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거리는 25km, 산티아고길 첫날이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산을 하나 넘는다. 첫날부터 강행군이다. 잠은 잔듯 만듯 했다. 커다란 체육관 한가운데서 누워있는데 주변에서 코고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침대 삐걱이는 소리, 온갖 소리가 체육관을 울리는 가운데 겨우 잠을 잤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층침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침대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 신경쓰인다. 새벽이 되니 어느새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짐을 챙겨 나갔다. 우리는 씻고 화장실 볼일 보고 여유있게 나왔다. 그때까지 옆 침대의 한국 부부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 부부는 생장부터 걸어왔다는데 이날 이후로 우리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보다 더 천천히 걷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속도를 늦췄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