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루브르에 도착해서 문을 열기만 기다렸다. 드디어, 루브르가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모나리자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모나리자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우리만의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었다.이 그림 한 번 자세히 보겠다고 아침부터 열심히 뛰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려해도 볼 수가 없게 되어있다. 그림이 생각보다 작고 울타리가 쳐져있어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갈 수 없다. 또 그림 앞이 방탄유리로 막혀있어 그림이 어둡워 보인다. 어쨌든 최대한 가까이 가서 그림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여유롭게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모나리자를 배경으로 우리의 사진도 찍고 그들의 사진도 찍어줬다. 사람들이 점점 많..
스페인 바르셀로네타 해변의 어느 건물. 겨울이어도 햇살이 따뜻했던 지중해 해변 도시, 바르셀로나.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샹그리아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고 책을 읽곤 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청사 구석에 있는 안데르센 동상. 안데르센은 하늘을 돌아다보고 있다. 무얼 보고 있는 것일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눈은 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키에르케고르 동상, 우울한 모습의 고독한 철학자,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을 남긴 사람. 희망을 가진다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 앞에서 인생은 허망하고 무력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은 잘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삶은 긍정의 에너지로 상승한다. 재미있는 자화상, 나의 모습을 그렸는데, 정말 나를 닮았다. 못그린 그림같지만..
루브르 박물관을 총 3일 동안 관람했다. 하루에 루브르를 다 본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나씩 꼼꼼하게 봤다.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루브르 안에서 계속 걸어다니면서 작품을 봤다. 걸음수를 계산해보지 않았는데 몇 만 걸음은 충분히 넘고도 남을 것이다. 관람하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전시실 곳곳에 푹신한 소파가 있으니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쉬었다.박물관 안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든든히 먹어야 또 구경하지.샌드위치와 마카롱,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낮부터 술이다.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야 살 수 있는 마카롱, 파리에서는 동네슈퍼에서도 아주 싸게 판다. 와인은 한국에서의 소주보다 싸다. 물론 비싼 와인도 있지만 우..
실 부 플레(S'il vous plait)-여기요! '실 부 플레'는 웨이터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유럽에서의 첫숙소는 한인민박으로 잡았다. 파리에서 17박을 해야하는데 여러 숙소를 옮겨다니는 것도 번거롭고 이 곳에서는 하루 두끼(아침과 저녁)의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이곳을 선택했다. 항상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이 날 다시 개선문으로 가서 뮤지엄 패스 6일 짜리를 샀다. 뮤지엄패스는 파리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을 정해진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입장할 수 있는 입장권이다. 뮤지엄패스에는 시작 날짜를 기입하는 곳이 있는데 내가 기입한 날짜를 입장하는 곳에서 다시 고쳐 써줬다. 이 때 알게된 사실이 이들이 쓰는 1과 7의 필기체 글씨가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뮤지엄 패스가 있으면 표을 매번 ..
2013년 12월, 나와 아내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TV예능 프로, ‘꽃보다 할배'였다. 이 방송을 보고 나서 느끼는 것이 많았다. 저렇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들도 배낭여행을 떠나는데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일정을 짜고 그에 따른 항공권, 기차표, 숙박을 예약했다. 이 과정이 사실 매우 힘들었다. 자유여행이다보니 모든 예약을 스스로 해야했다. 영어로 된 예약사이트에서 예약을 하려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한 달 동안 우편물을 받을 우편함을 준비했다. 안쓰던 세탁기를 우편함으로 쓰기로 했다. 수확한 사과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창고와 하우스에 잘 쌓아 뒀지만 한 달 동안 잘 보관이 될 지가 걱정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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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거리는 25km, 산티아고길 첫날이다. 지도를 보니 중간에 산을 하나 넘는다. 첫날부터 강행군이다. 잠은 잔듯 만듯 했다. 커다란 체육관 한가운데서 누워있는데 주변에서 코고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침대 삐걱이는 소리, 온갖 소리가 체육관을 울리는 가운데 겨우 잠을 잤다. 화장실을 가려면 이층침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침대 삐걱대는 소리가 엄청 신경쓰인다. 새벽이 되니 어느새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짐을 챙겨 나갔다. 우리는 씻고 화장실 볼일 보고 여유있게 나왔다. 그때까지 옆 침대의 한국 부부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 부부는 생장부터 걸어왔다는데 이날 이후로 우리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우리보다 더 천천히 걷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속도를 늦췄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보..
여행은 항상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이 새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위험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행을 왜 떠나는가?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욕구, 자유, 새로움. 뭐 이유는 많다. 이유가 있어냐만 떠나는건 아니다. 그냥 좋아서. 여행 자체가 좋아서. 여행 자체가 이유이기도 하다. 왜 사냐고 물으면 사는 것 자체가 이유이듯이. 어떤이가 말했다. 여행에는 동기가 필요없으며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여행을 다녀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진다. 여행은 이전의 나를 해체하고 새로운 나를 만든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나를 만든다. 그러면 왜 안떠나는가?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 현재의 일상이 파괴되었을 때 난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