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시끄럽다. 소음을 지우려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의 볼륨을 높인다. 나는 텔레비전이 켜진 공간에 앉아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나는 종이에 글을 쓴다. 요즘 손글쓰기를 시작했다. 노트에 펜으로 글을 써본지가 오래되었다. 노트 대신에 A4용지를 세번 접어서 사용한다. 주머니에 딱들어가는 크기라서 언제 어디서든 꺼내서 바로 쓸 수 있다. 한 문장을 썼다가 단어를 수정하고 문장 일부를 지우고 다시 쓰고, 종이는 불규칙한 선과 그림과 낙서로 채워진다. 글씨 모양은 예쁘지 않다. 종이에 더이상 글을 쓸 공간이 없으면 스마트폰 문서에 옮겨쓰고 저장한다. 이때 한번더 문장을 교정을 한다.
아침에 비가 내렸다. 차창에 빗방울이 날아와 부서진다. 와이퍼가 가끔씩 좌우로 움직이며 물방울을 닦아낸다. 도로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린다. 나는 직장으로 출근 중이다. 다들 어디론가 간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걷는다. 앞으로 뒤로 계속 움직인다. 만보를 채우기 위해 몸을 계속 움직인다. 땅을 보고 걷다가 은색 동전 두개를 주웠다. 하나는 작고 다른 하나는 더 작다. 행운의 동전이다. 건물 사이로 햇빛이 쏟아진다. 먼 곳의 건물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르겠다. 어둠이 내리니 불빛만 흐릿하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꿈을 꿨다.꿈 속에서 나는 재미있는 소설 스토리를 구상했는데 꿈이 깨더라도 잊으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꿈 속에서 꿈인 것을 나는 의식하고 있었다. 잠에서 깨고 나는 꿈을 꾸었다는 것을 잠시 후에 기억하고는 그 스토리가 무엇인지 기억하려고 했지만 생각나지 않았다.다시 잠이 들면 그 스토리가 생각날까? 다시 그 꿈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나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떤 무의식적인 욕구가 있나보다. 꿈 속에서도 나는 글을 쓰고 재밌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었다. 꿈 속에서 쓴 글은 어디에 남을까. 그것을 찾고 싶다. 무언가 대단한 스토리를 쓴 것이 분명하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집근처 목욕탕에 갔다. 집에서는 목욕을 하지 않는다. 여름에 샤워 정도 하고 겨울엔 추워서 목욕을 하지 않는다. 몸무게를 쟀더니 72.1킬로그램이다. 2주전보다 1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아직 뱃살이 있다. 좀더 빼야 한다. 운동을 시작한 두 달 전보다는 4킬로그램 빠졌다. 조금씩 몸무게는 줄고 있다. 줄어드는게 좋다. 점심밥은 오래된 식당에 갔다. 외관은 허름하다. 밖에서 볼 때와는 달리 안에는 손님들로 꽉 차 있다. 나이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가격표를 보니 싸다. 뒷 테이블에는 돈까스가 나왔다. 식탁마다 생선이 있다.백반을 시키면 생선이 기본 반찬으로 나온다. 뒷자리에서 중국말 소리가 들린다. 우리의 식탁에도 밥상이 차려졌다. 밥맛은 저렴하다. 반찬맛도 평범하다. 밥을 먹고 나왔는데 찝찔한 뒷맛이 오..
어렸을 때의 일이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시고 나와 동생은 고모집에 맡겨졌다. 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종일 놀았다.어느날 사촌의 방에서 돼지저금통을 발견했다. 안에는 돈이 가득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저금통에서 돈을 꺼냈다. 돈을 어렵게 꺼낸 뒤에 동생과 함께 시장으로 가서 그 돈으로 바나나를 샀다. 그 당시에 바나나는 아주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다. 그때 사촌과 고모는 저금통이 털렸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를 혼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불쌍해서 그랬을까.저녁에 슈퍼마켓에서 바나나를 한 무더기 샀다. 한 개를 까서 먹었다. 달콤하다.
일월의 네번째 날. 비온다. 햇님이 보이지 않는다. 파랑이를 타고 어느 대학교 앞 음식점에 갔다. 먼곳까지 점심밥을 먹으러 갔다. 시내 중심가를 통과해서 가는 길이 최단거리이지만 차가 막힐 것이다. 나는 외곽으로 돌아서 갔다. 방학기간이어서 학교 앞은 한산했다. 음식점에 들어가니 남자 한 사람이 식사 중이다. 외국인 여자 두 사람이 인사를 하며 맞이한다. 남자는 외국인 여자의 남편인 듯하다. 내가 그려본 이 집안의 내력은 이렇다. 남편은 외국인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고 아내는 자기가 살았던 나라에서 먹던 음식을 주제로 창업을 한 것이다. 한국말은 서툴렀다. 말하는 것을 들으니 심성은 착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한두 방울씩 차창에 맺힌다. 우산을 쓰고 공원에 나갔지만 한 바퀴도 돌지못하고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