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떠나서 마드리드로 향했다. 우리의 여행은 계획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마드리드에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는 이유로 마드리드를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 터미널 4에 내리면 먼저 천정의 유려한 곡선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나는 가우디가 생각났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를 찾아가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 환승을 하려고 기차를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 기차가 오지 않는다. 그런데 기다리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다른 플렛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스페인어로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눈치껏 행동하기로 했다. 사람들을 따라가서 기다리다가 오는 기차에 탑승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숙소를 찾는데 이상하게 숙소를 찾을 수가 없다. 엉뚱한 곳에 내린 것이다. 밤이라서 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다시 갔다. 성당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내부에 들어서자 웅장한 뼈들의 숲이 펼쳐졌다. 거대한 동물의 체내에 들어온 듯하기도 하고 울창한 숲속에 들어온 것같기도 하다. 다양한 모양의 면과 선들로 이루어진 벽과 기둥, 불과 태양 모양의 조명. 붉은 색과 푸른색의 스테인 글라스. 허공에 매달린 예수십자가상. 지하의 성당에서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나뭇잎으로 장식된 성당입구의 철대문. 예수 수난을 형상화한 조각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입장료는 성당을 건축하는 건축비로 쓰인다고 한다. 우리도 이 성당을 건축하는데 일조한 셈이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할 때 학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는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카사 바트요이다. 우리는 카사 바트요 앞에서 사진만 찍고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카사 밀라는 내부까지 관람했다. 이유는 비싼 입장료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건물 중에서 한 곳만 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 때문에 관람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다시 이곳에 여행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사 바트요는 겉에서만 본 모습으로도 범상치가 않다. 3만원이 넘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우리는 카사 밀라로 갔다. 카사 밀라는 라 페드레라(La Pedrera, 채석장이라는 뜻)라고도 불린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돌산을 닮았다고 ..
숙소를 옮겼다. 가격은 조금 더 비싸고 깨끗하고 공동주방이 있다. 이제 좀 편히 잘 수 있겠다. 창문을 열면 거리가 보인다. 조금 시끄럽다. 그러나 괜찮다. 키 없이 방을 나왔다가 문이 잠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난감한 사건이 일어났다. 청소하시는 분이 복도에 있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니 거절한다. 프론트에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자 그제서야 청소하시는 분이 문을 열어준다.전날 휴관이라서 못 본 카탈루냐 미술관에 다시 갔다.피카소 그림은 이해불가. Woman in Hat and Fur Collar (Marie-Thérèse Walter), Pablo Picasso, París, December 4, 1937 Ramon Casas, Bulls (Dead Horses), 1886 Portrait of my..
카탈루냐 미술관으로 갔는데 휴관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크리스마스날이라 휴관이었다. 다음날에 다시 오기로 하고 우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로 1882년부터 짓기 시작했으니 130년이 넘도록 공사중이다. 성당 내부를 관람하려는 대기줄이 너무 길어 내부 관람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성당 외부만 구경했다. 성당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조각품들, 장식품들의 섬세함이 놀랍다.성당을 구경하고 나서 성당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눈에 보이는 가까운 식당으로 그냥 들어갔는데 나름 크고 유명한 식당인 듯하다. 타파스를 여러 접시 시키고 상그리아와 함께 먹었다. 우리는 상그리아의 맛에 푹 빠졌다.시간이 남는다. 우리는 바르셀로네타..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거리로 나섰다. 먼저 향한 곳은 피카소 미술관이다. 피카소 미술관은 바르셀로나에도 있다. 피카소 미술관이 유럽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은 그가 남긴 작품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미술관 내부의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어쩔수 없이 눈으로만 감상했다. 일년 뒤에 다시 왔을 때는 사진촬영이 허용되었는데 그건 다음에 쓰기로 한다. 이런 경우가 많았다. 피카소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조그만 나무조각에 그린 유화작품이 인상적이었다. 피카소 미술관을 관람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받은 식당 전단지가 생각났다. 타파스 전문 식당이라는 문구에 끌렸다. 무료 와이파이도 된다고 써있다.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상그리아와 타파스 몇 가지를 주문했다...
마지막 날은 니스 해변에서 햇볕을 쬐면서 와인을 마시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냥 쉬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는 것이 좋았다.손에 들고 있는 저 술은 로제 와인인데 과일맛이 난다. 해변에 앉아서 병나발을 불었다. 저 때는 술을 참 많이 마셨다. 거의 매일 와인을 마셨다. (참고로 지금은 술을 안마신다.)밥은 숙소에서 매일 해먹었다.바게뜨빵과 스테이크와 연어 샐러드. 소고기값이 싸서 자주 해먹었다.내가 좋아하는 감자. 감자를 쪄서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매일 밥처럼 먹었다.원래는 니스에서 계속 머물 계획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어서 더 따뜻한 곳인 바르셀로나로 옮기기로 했다. 이 때 우리의 여행 방식은 우선 다음 행선지만 정하고 비행기 티켓과 며칠 간의 숙박만 예약하는 방식이었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도 정..
니체의 산책로가 있는 에즈라는 마을로 가기로 했다. 니체는 1882년에서 1887년 사이에 매년 겨울에 니스와 에즈에 머물렀다고 한다. 에즈의 산비탈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에즈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다가 니스 도서관을 지나가게 되었다. 도서관 건물의 디자인이 독특하다.멀리서 보면 조형물 같아 보이지만 실제 도서관 건물이다. 신기하다.니스에서 에즈까지 버스로 40분 정도 걸렸다.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 좁은 골목길, 예쁜 가게들.니체의 산책로는 비탈길이었다.우리는 니체를 따라서 산책길을 걸었다.고 니체는 말했다. 나도 걸으면서 명상한다.니체는 바다가 보이는 에즈의 비탈길을 매일 오르내리며 자신의 생각을 한장씩 쌓아갔을 것이다.니스로 돌아왔다. 다시 바다다. 사람들이 낚시를 한다.여..
구시가지의 매력은 좁은 골목길과 작은 가게들이다.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그저 발길 닿는대로 걷는다. 그러다가 재밌는 가게가 나타나면 멈춘다.광장에서 헌책을 팔고 있길래 구경했다. 플리마켓은 꼭 들린다.구시가지에서 멀지않은 곳에 현대미술관이 있어 방문했다. 이상하게 현대미술은 재미가 없다. 아직 내 시야가 좁은 건지. 미술관 옥상으로 올라가니 전망이 좋다.어쨌든 니스는 바다가 최고다. 우리는 산골에서 오래 살아서 그랬는지 바다가 고팠다.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해변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도달한다.바다는 질리지가 않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파도소리를 듣는다.여행지 정보 ●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useum, Place Yves Klein, 니스 프랑스 ..
니스에서 남쪽으로 22.8km 떨어진 곳에 앙티브라는 아름다운 해안도시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니스에서 우리는 버스를 탔다. 50분 정도 도로를 달려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해안가 쪽으로 걸어갔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커다란 성이 보인다.피카소는 말년에 이 큰 성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부러운 삶이다.내부의 작품은 촬영금지였다. 미술관 바깥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다.날씨가 좋아서 바다와 하늘의 색깔이 정말 푸르다. 미술관을 나와서 해안을 따라서 마을을 산책했다.해안가에 예쁜 집들이 많다. 걷다보니 요트들이 정박한 선착장에 도착했다.저런 것을 타고 바다 위를 달리면 기분이 어떨까. 멀미나겠지. 해안가 벤치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식을 먹..